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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게티이미지.

‘한 번도 경험 해보지 못한’ 경자년(庚子年)이 저물고 ‘백소의 해' 신축년(辛丑年) 새 해가 밝았다. 전대미문의 '하얀 쥐의 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모두의 삶을 암울하게 만들었지만 결국 어김 없이 세밑이 지났다.


2020년의 한해는 한마디로 ‘PAUSE(잠시멈춤)’의 시기였다. 팬데믹(Pandemic)과 홀로(Alone), 비대면(Untact), 중단(Stop) 등 단어들 만으로도 한 해가 요약이 될 만큼 유례 없는 충격의 연속이었다. 첨예화 된 미·중 간의 갈등까지 겹치면서 국제정서 역시 불균형과 불안정, 불확실성을 키웠다.


국내 상황도 별반 다를 건 없었다. 코로나19 여파로 내수경기는 연일 최저점 성적을 경신했고, 정치권은 진보와 보수 사이의 이분법적 마찰과 파열음으로 '먹고 사는' 민생경제 전반에까지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며 눈살 찌푸리게 하는 날이 이어졌다.


정치권은 과거를 뉘우치지 않는 보수 세력과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진보정권으로 첨예하게 나뉘었고, 각자 손에 쥔 ‘이중 잣대’로 서로를 비난 하기에 바빴다. ‘나는 옳고 다른 이는 그르다’는 식의 판단과 ‘적반하장’격의 언행이 정치권을 휘몰아 쳤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서로를 비난하고 헐뜯는 소모적 정쟁만 무성한 탓에 그 어디에서도 진지한 소통과 협업의 노력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란 신조어를 곱씹 듯 전국의 교수모임은 올해의 사자성어로 ‘아시타비(我是他非)’를 채택하기도 했다. 


사실 대다수의 일반적인 시민들은 ‘코로나 블루’로 심신이 많이 지쳐 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만 그 이상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그들이 더 힘든 건 진영논리에서 헤매고 있는 균형 감각을 잃은 정치권과 언론, 그리고 한국사회의 자화상일 것이다. 


각설하고, 희망의 힌트가 없는 건 아니었다. 세계인의 ‘멍든 가슴’을 뻥 뚫었던 방탄소년단(BTS)의 신기록 행진이 그것이다. 빌보드 차트 정점을 찍고 그래미에 도전하는 성공 스토리는 우연이 아니었슴을 증명했다. 종족과 이념을 뛰어 넘어 세계인의 마음을 연결하고, 다른 예술 장르와의 협업을 통해 다양성을 추구한 결과란 평가다. 


지난 한 해 그들이 천착한 키워드는 ‘연결’과 ‘협업‘, 그리고 ’공유‘였다. 그들은 언제나 솔직 했으며, 진심을 다했다. 소통방식은 열려 있었고, 작은 것들을 위해 '위로와 위안'을 공유했다. 대면이던 비대면이던 가릴 것 없이 말이다. 경자년(庚子年) 새 해를 맞으며 그들의 소통 방식이 진한 울림을 주는 이유다.


사진= 게티이미지.

공유 가치의 성장을 위해서는 영역과 경계를 초월한 다양한 가치들을 한데 모으는 ‘초협력’이 절실히 요구된다. 불필요한 정쟁은 줄이고 무한성장력은 키워야 하기 때문이다. 방탄소년단은 세계인들과 우리에게 '불필요한 선(線)을 긋지 말라'는 무언의 교훈을 주고 있다. 


그믐날 뜨는 해와 설날 뜨는 해가 다르지 않음을 우리는 누구나 알고 있다. 하지만 굳이 구획을 지어 떠들썩하게 의미를 부여하는 건 그들 만의 입장 차이가 있어서는 아닐까 싶다. 분명 공통점이 있지만 사안에 따라 이쪽저쪽을 오가는 형국은 이미 익숙한 모습이 된지 오래다.


법(法)은 '물 수(氵)'와 '갈 거(去)'가 합쳐진 글이다. 법의 집행도 물 흐름처럼 자연스러워야 한다. 법으로 모든 것을 통제하고 지배하려 하지 말고 자의적 통치의 수단으로 악용되어서도 안 된다. 너무 법을 놓고 진영 간 충돌하는 것이 오히려 법의 정신을 침해하는 형국이 될 수 있다. 


정치판은 또 연초부터 달아 오를 전망이다. 서울·부산 시장 선거에 20대 대통령 선거까지 빅 매치가 줄이었다. ‘上善若水(상선약수)’, 물은 만물을 이롭게 하면서도 절대 다투는 법이 없다. 우리의 갈증은 전반적으로 조화로운 사회, 그것을 위한 공통의 합의가 아닐까 싶다. 


코로나19는 새해에도 당분간 동반해야 할 것 같다. 14세기 중세의 유럽 인구 1/3의 목숨을 앗아간 페스트로는 유럽 카톨릭의 영적 성장의 기폭제가 됐다. 역병이 퍼지자 성당들은 문을 걸어 잠그고 기도에만 정진하다 보니 카톨릭 신도들의 영적 성장과 변화를 견인했다. 이는 종교개혁과 르네상스로 이어지는 이른바 ‘페스트 패러독스’로 이어졌다. 


지금 우리도 이런 패러다임의 대전환기적 시대에 직면해 있는 건 아닌지 진중하게 새겨봐야 할 때다. 이제 코로나19로 인한 고통과 편향적인 구태(舊態)는 훌훌 떨쳐버리고 새 희망을 얘기하며 진지하게 머릴 맞대야 할 때란 얘기다. 


낡고 좋지 않은 것을 버리고 새롭고 좋은 것을 받아들인다는 의미의 ‘토고납신(吐故納新)’은 장자(莊子)의 외편 각의(刻意)에서 유래됐다. 팍팍한 삶을 하루하루 살아가는 대다수 시민들은 정치인들을 비롯한 사회지도층이 노블리스 오블리주 정신으로 보다 나은 대한민국과 희망찬 신축년(辛丑年)을 만들어 주길 기대하고 있다.


이제 신축년(辛丑年) 새해가 밝았다. 새해에는 인내와 우직함, 풍요와 번영을 상징하는 흰 소처럼, 좀 더 ‘희망찬 대한민국 시대’가 도래하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한 번도 경험 해보지 못한’ 2020년을 뒤로하고, 우리 모두가 새 해, 새 마음 가짐으로 '작은 실천'에 나서야 할 때다.


이상기 객원논설위원(한중지역경제협회장) skrhee@segyetv.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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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1-01-01 04: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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