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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게티이미지.

정치(政治)란 나라를 다스리는 일이다. 시장 자본주의(市場資本主義) 이든 국가자본주의(國家資本主義)에서든 정치 활동(政事)의 최우선 책무는 국민이 ‘인간다운 삶’을 영위토록 하는 것이다. 이를 효율적으로 구현하기 위해 미래를 설계하고 상호 간의 이해를 조정하고, 사회 질서를 바로잡는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이는 정치의 사전적인 의미이지만, 주요한 키워드는 설계(設計), 조정(調整), 질서(秩序) 등 세 가지로 요약된다. 쉽게 해석하면 ‘먹거리’ 창출과 '밀고 당김’을 통한 협치, ‘포근한 안정감’을 주는 것이 정치인 셈이다. 


그렇다면 이런 잣대를 기준으로 볼 때 현재 한국 정치는 제대로 된 길을 가고 있는 것일까. 진보든 보수이든 아니면 중도(회색)든 간에 색깔과 관계없이 분명한건, 내외적으로 세상 유례 없는 어려움에 봉착한 이 시점에서 한번쯤 냉철하게 한국 정치의 역할을 돌아보고 지나온 현상들을 복기(復棋)해 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어느 국가나 조직에서도 목표를 지향하는 방향은 분명하다. 현재의 위치를 인식시켜주고 가려는 방향을 지적해주는 것이 바로 나침반이라는 장비이다. 또 문서로는 '교범(敎範)'이라고 표현되는 국가 로드맵, 즉 국가설계도면이 아닐까 싶다. 이 도면이 국정 수행 방향과 실행계획이고, 큰 틀에서 국정 철학이라고 흔히들 칭하곤 한다. 


21세기 격변하는 대소용돌이 속에서 국정철학 설정에 절실히 요구되는 것이 다양성과 유연성이다. 이 두 가지 사고를 가지고 계획된 국가설계도에 따라 정치가 뒤따라주면 성공적인 정부가 되는 것이고 그렇지 않고 효율적으로 제때 가동되지 않는다면 결국 실패한 정부라는 역사적인 심판을 받게 되는 것이다.


현재 우리는 IMF, 금융위기 시기보다 더 위급한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이 그 누구도 이전에는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새로운 세상'의 길을 가게 만들고 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도록 갈팡질팡하는 건 어찌보면 당연한 일인 듯 싶다. 


하지만 국내외 정치적 상황은 그리 녹록치 만은 않다. 세계 경제를 옥죄이는 '죽기살기'식의 미·중 패권 전쟁과 한 치도 양보 없이 ‘너 죽고 나 살자는 식’의 극한 대립의 국내 정쟁(政爭) 등은 우리 국민 모두를 ‘삼중고’에 빠뜨리고 있다. 


세상을 진보와 보수, 親北(친북)과 强北(강북), 정의와 불의로 편을 가르다 보면 자신만이 옳다는 자기도취적 의식에 매몰되기 쉽다. 확실한 자기 색깔을 가진 눈으로 투영되는 세상은 반쪽 밖에 보이지 않는법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이념과 일치하면 받아들이고 그 반대의 경우는 배척하는 확증 편향성에 갇혀 현실을 왜곡하기 쉽다. 그러다 보니 작금의 상황은 이른바 ‘끼리끼리’, ‘와글와글’ ‘부글부글’ 현상만 증폭되고 불균형선, 불안정성, 불확실성만 더해 가는 형국이다.


더욱이 모든 영역에서 시시각각 패러다임이 극변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편향적이고 대결적인 사고로는 코로나 사태로 인한 경제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할 창의력도,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선도할 포용적 리더십도 기대하기 어렵다.


과거를 뒤지는 검색(檢索)은 미래를 위한 참고자료를 찾기 위한 중요한 작업이다. 주된 목적은 되풀이되는 실수를 범하지 않도록 하는 데 방점을 두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경우가 빈번하다. 


검색을 통해 과거 문제 해결에만 몰입된 채 본질을 잃어버린 경쟁과 정쟁이 난무하고 있다. 빈부의 양극화 현상과 세대 차이에 따른 사회·문화적 괴리감과 함께 우리 사회에서 보수와 진보 그리고 우파와 좌파 간의 간격은 점점 더 벌어지고 있는 듯 하다.


좌파 기득권이건 우파 기득권이건 이를 타파하고 새로운 미래창조를 위한 진지한 사색(思索)을 통해 정확한 ‘바른길’을 찾는 탐색(探索)이 우선시 되어야 한다. 이른바 자라나는 미래세대를 위한 창조적이고도 미래지향적인 국가설계도 작업이 우선 선행되어야 한다.


식당(食堂)과 서당(書堂), 경로당(敬老堂)을 중시하는 정치가 되어야 한다. 필자가 최근에 만난 한 유력정치인 한 말이다. 그는 또 한국 정치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설계도 없이 집권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의 말 속 의미는 ‘의식주’로 대변되는 서민 경제와 교육 문제, 노인 문제가 정부가 나서서 선도해야 할 3대 주요 국정과제로서 국가적인 차원의 장기적인 마스터플랜이 절실하다는 점을 대변한 것으로 읽힌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균형 잡힌 중도층의 역할이다. 극한적인 진보와 보수 거리를 줄여야만 새로운 시각과 새로운 장이 열린 수 있고, 이를 위해서는 상식적인 중도층의 역할이 중요하다. 


중국 개혁개방 총설계사로 중국을 개벽 천지처럼 개조했던 덩샤오핑 주석의 ‘흑묘백묘론(黑猫白猫轮)처럼,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 잡는 것이 제일이다. 흑·백색의 고정관념에 사로잡히지도 않고 사안에 따라 국익과 민의에 부합되는 회색 적인 사고가 때로는 필요한 법이다.


손자병법 구지(九地) 편을 보면 ‘풍우동주(風雨同舟)’라는 구절이 나온다. 춘추시대 오·월 두 나라는 원수였다. 두 사람이 같은 배에 타서 서로 쳐다보지도 않았는데 거대한 풍랑이 몰아쳐 배가 뒤집힐 만한 위험천만한 상황이 닥치자 ‘힘을 합쳐서 난관을 극복했다’는 점을 강조한 고사성어다.


진보, 보수 모두 같은 명분과 그럴듯한 입장을 주장하고 있다. 서로 길(방법)은 달라도 이르는 곳(목표)은 같다는 ‘수도동귀(殊途同歸)’의 관점에서는 사실 별반 차이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둘이 쳐다보지도 않고 반목질시하면서 싸움질만 하는 극한 대치상황에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이에 실리적·실용적·실제적 관점을 가장 잘 드러내는 스윙보터(swing voter) 역할을 해낼 수 있는 중도 층의 역할 부상이 절실하게 요구된다. 


현실정치에서 당면한 3堂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심 없는 3索을 통한 3色의 오케스트라 협연을 모든 국민들은 손꼽아 기대하고 있다. 우리가 기대하는 이 시대의 '한국 정치인'은 포용력을 기반으로 한 '시대정신(Zeitgeist)'과 미래 국가설계와 추진에 모든 역량을 집중시킬 수 있는 리더십을 가진 사람이다. 쉽지 않은 일이겠지만 말이다.


이상기 객원논설위원(한중지역경제협회장) skrhee@segyetv.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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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0-12-19 14:3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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